알베르 까뮈 -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아니 어쩌면 어제였을 지도 모른다.'
말투 한 번 참 건조하게 시작한다. 불어를 할 줄 알았다면, 이 책의 원작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
얼마나 건조하고, 칙칙한 문체로 타인과의 심리적인 거리두기를 담아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방인이 출간이 된 시대상과, 실존주의와 같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ism) 것과 같은 배경들은 한 층 제쳐두고 독서 감상을 적어 보고자 한다. 영문학 수업을 들을 때 항상 한 시대를 반영하는 (ism)에 초점을 두고 핵심적인 주제를 추출해내기 위해 애써왔다. 물론 그렇게 날카로운 접근과 냉철한 해석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꼬집어내는 것이 독서를 소화시키기에 더 없이 훌륭한 방법이란 것은 안다. 그런데 이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작성하는 독서 감상은 A+와 같은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최대한 깊숙하게 사유하고, 책과의 상호작용으로 내적인 울림을 일으키는 그러한 지점들에 대해 작성하고 스스로가 조금이나마 성숙해지기 위함이 목표다.
누군가 이 책의 탄생을 건전지의 탄생에 견주어 극찬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대학교1학년 시절에 한 번 읽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사회 부적응자 같은 주인공 뫼르소에게 반감이 있었다.
대체 왜 저렇게 삐딱하게 굴까 싶었다. 남들이 행동하는 방식 '정도'만, 남들이 으레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 '정도'만,
'평범하다고 여기는 그 정도'라는 것까지만 해도 세상 사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데 왜 저렇게 삐딱선을 타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읽어보니까 내가 얼마나 '사람의 평균'이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나 싶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들을 어떤 함수적인 결과값을 도출해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나 싶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모르는 흐름에, 나도 모르는 방향에 서서히 떠내려 가면서 사고를 해 나가는 단순한 과정이
세상을 정의하고 단정짓고, 타인의 삶까지 이리저리 깎아내고 도려내면서 재단하고 있는지 싶었다.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자.'
책을 읽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떠올린 말이었다.
이말은 참 마음 놓고 세상사를 바라보기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적분과 같은 세계를, 무자르 듯이 섬벅섬벅 잘라내며 세계의 정답을 만들어버리고,
우리 삶을 분류하고 판단을 하는건지, 그러한 것은 참 기괴한 세상이 아닌가 싶었다.
동시에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백과사전 같은 삶에 발 맞추면서 반이라도 따라 살아가면 행복한 삶일지,
내가 만들어 가는 사전에 기반하여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지,
이러한 것이 많은 사람들이 항상 고뇌에 빠지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또, 삶의 주춧돌을 둘 중 어느 것에 두더라도, 어쨌거나 그 결과는 삶과 죽음 두 세계에 속해지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방인의 원제가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사형으로 뫼르소의 삶을 마감시켰지만, 뫼르소 스스로의 진실한 의지가 담겼던 삶을 감히 타인이 '사형'으로 판단을 할 권리가 있을까? 자신의 의지를 반영시키고, 삶을 살아간 뫼르소는 자신의 죽음이 마지막까지 억울하고 분했을까? 아니면 행복한 삶의 마감이었을까.
그저 미적분 세계 같은 타인의 삶을 함부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 이야기였다.
또 내 삶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생각해봤다.
법의 무게 속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헤엄치는 그 정도..
또 다시 '정도'로 귀결되는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이 되어버린 나' 이구나..
정도의 굴레통 속에서 데굴데굴 애쓰며 굴러가는데 이 속에서 자유롭게 걸어가는 누군가, 떳떳하게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누군가는 '이방인'이라고 취급 당할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세상이 만들어져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용두사미에 빠져버린 결말의 감상평이긴 했지만, 근 며칠동안 이 책의 더운 열기에 답답해하면서 지낼 정도로
와닿은 바가 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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